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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외1
추천 : 788 이름 : 송영화 작성일 : 2011-02-17 15:05:02 조회수 : 3,326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송찬호


장지의 사람들이 땅을 열고 그를 봉해 버린다 간단한
외과수술처럼 여기 그가 잠들다
가끔씩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그곳에 심겨진 비명을 읽고 있다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단단한 장미의 외곽을 두드려 깨는 은은한 포성의 향기와
냉장고 속 냉동된 각진 고기덩어리의 식은 욕망과
망각을 빨아들이는 사각의 검은 잉크병과
책을 지우는 사각의 고무지우개들

오래 구르던 둥근 바퀴가 사각의 바퀴로 멈추어지듯
죽음은 삶의 형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언하듯 그의 땅에 꽃을 던진다
미래는 죽었다 산 자들은 결코 미래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산다는 것은 얼마나 찬란한 한계인가
그 완성을 위하여
세계를 죽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날마다 살인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은

폐허 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은
망각 속에서 우리가 살인자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풍성한 과일을 볼 때마다
그의 썩은 얼굴을 기억하듯

여기 그가 잠들다
여전히 겨울비는 내리고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소금창고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를 찾아
물어물어 여기 소금창고까지 왔네
소금창고는 아무도 없네
이미 오래전부터 소금이 들어있지 않아
소금창고는 텅 비어있네

나는 이미 짐작한 바가 있어
얼굴 흰 소금신부를 맞으러
서쪽으로 가는 바람같이
무슨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건 아니지만,

나는 또, 사슴같은 바다를 보러 온 젊은 날같이
연애창고인 줄만 알고
손을 잡고 뛰어드는 젊은 날같이
함부로 이 소금창고를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가까이 보이는 바다로 쉼 없이 술들의 배가 지나갔네
나는 그토록 다짐했던 禁酒의 맹서가 생각나
또, 여자의 머릿결 적시던 술이 생각나
바닷가에 쭈그리고 앉아 오랫동안 울었네

소금창고는 아무도 없네
그리고 짜디짠 이 세상 어디인가
소금같이 뿌려진 여자가 있네

나는 또, 어딘가로 돌아가야 하지만
사랑에 기대는 법 없이
저 혼자 저렇게 낡아갈 수 있는 건
오직 여기 소금창고 뿐이네



1959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1987  '우리시대의문학'에 시 <변비>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89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민음사)
2000  김수영 문학상
2008  제8회 미당문학상
2009  제17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상
2010  이상 시문학상


흙이 언젠가는 내가 담긴 사각형도 기억해 줄까 아님 그냥 흙에 섞여
자작나무 뿌리로 함께 얽혀 기억도 없이 흔적도 없이 스러질 것이다
이 별에 머무는 동안 미운짓을 한 사람도 원망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스스로를 더 상하게 한다는 걸 알아버렸기에

소금창고로 찾아간 여인, 소금같이 세상에 뿌려진 여자가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가 아니라 사랑 떼먹고 도망간 여자는 아닐까
돈이 됐건 사랑이 됐건 찾아간다고 돌려받을 수 있겠는가(최정신)
  






어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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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신시인님, 좋은글을 찾아 나눔 또한 행복한 사명이라 말하고 싶어집니다. 흙에게 둥글지도 못한 모서리를 내민 사연이 슬퍼 말없이 품고있는 흙을 어머니라 대신 부르는 게지요.
별에 불법체류하는동안 불법을 너무 잘 알면서 떠난 사각을
시간으로 부드럽게 체워주는 흙....

돈 떼 먹은 여자가 사랑 떼 먹었다는 표현
멋지십니다!....그랬었지요. 저에게 사랑을 떼어먹은 사람들이
었다니....사랑으로 덮으렵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입니다. 항상 배우고 갑니다.
건안하시길 빕니다. 2011-02-17




경 희
수정  삭제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사각형은 죽음을 의미하는듯 한데요 3연에서 보면 생은 둥글고 죽음은 사각의 바퀴라 표현하듯이 사각형의 이미지는 '닫혀지다',곧 죽음으로 연관되는...
개인적으로 시를 공부하는 이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시라 생각됩니다.
소금창고와 함께 좋은 시 읽는 맛이 짭조름합니다^^
정월 대보름 점심은 맛나게 드셨는지요*^^* 2011-02-17




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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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잉? 어진내님과 동시에 댓글이...ㅎㅎ 2011-02-17




최정신
수정  삭제
  흙은...갠적으로 참 좋은시로 읽혔다
1연에서는 죽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2연에서 모든 사각형의 이미지를
3연에서 삶이란 둥근 이미지로
5연에서 시적인 아우라의 종결로...
공부하는 문우들에게는 좋은 참고서 같은 글이라...

어진내님...함께 감상해 주어 고마버요

갱이님...보름밥은 친구가 해 와서 먹긴 했는데
감기가 입맛을 빼앗아가서...그 국수나 한 그릇 ㅎㅎ

김경미   2011-02-18 21:30:01  
2008년도 미당 문학상 당선시 참 좋아했었는데 소금창고도...클릭만해도 좋은시가 쏙쏙 감사드려요
송영화   2011-02-18 21:37:48  
왕림해 주셔서 감사!
정유미   2011-02-22 17:31:23  
송시인님이 홈피를 뜨겁게 달구어주시는 한 언제라도 훈훈하게 입장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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